[역대 정부의 주택정책] ① 노무현 정부(2003~2008년)

'투기와의 전쟁', 임기 내 미완으로 끝나

정재민 기자 | 기사입력 2017/02/03 [09:22]

[역대 정부의 주택정책] ① 노무현 정부(2003~2008년)

'투기와의 전쟁', 임기 내 미완으로 끝나

정재민 기자 | 입력 : 2017/02/03 [09:22]
▲     © 매일건설신문

 

재건축 규제 엇박자,아파트값 앙등 불러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세 정부(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를 맞았다. 그리고 대통령 탄핵정국에 따라 오는 대선시계가 4월 말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는 부동산정책은 기존 정부 정책과 시장 상황, 정부 성향 등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한 정부의 정책이 다음 정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서민들에게는 체감경기가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일명 IMF위기) 때와 맞먹는다는 요즘,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역대 정부의 주택정책을 3차례로 나눠 비교, 분석해 본다.

 

엇갈린 평가노무현 정부 경제정책

 

지난 세 정부 중 노무현 정부만큼 경제정책에 있어 한국 내 진보와 보수로부터 엇갈린 평가를 받는 정부도 없다.

 

집권 초기부터 보수층으로부터 신랄한 비판에 직면했던 노무현 정부는 반()시장주의·반기업 정서의 경제정책으로 투자를 위축시켜 결국 경기침체를 야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보수층으로부터 친()노동자적 정책이라는 힐난을 들은 반면 진보 진영으로부터는 신자유주의자로 친기업적·반노동자적 경제정책을 추진한다는 비난을 들었다.

 

대표적으로 지지세력과 갈등을 겪으면서 타결한 한미FTA EU·캐나다 등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한 FTA가 그러하다.

 

대체적 긍정적 평가도 있다. 부동산 규제책으로 인해 투기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중의 투기자금들이 대부분 주식시장으로 옮겨가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의 폭등으로 직결돼 기업의 자금 운용에 도움을 줬다는 것.

 

또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금융 수단을 동원한 부동산 규제책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와 같은 위기를 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규제 일변도의 주택정책

 

직전 정부인 김대중 정부는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로 인해 집권 초기부터 각종 규제를 풀어 경기부양에 올인했다.

 

임기 내 경기부양에 올인했던 김대중 정부는 말기부터 강남지역에서 분양가격이 상승하고 투기과열 현상이 발생하더니 차기 노무현 정부 초기부터는 과열 양상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해 2005년 판교신도시 개발과 더불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했다.

 

노무현 정부는 거의 매년 두세 번에 걸쳐 10여 차례 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5.23주택가격 안정대책(2003), 9.5부동산시장 안정대책(2003), 10.29부동산 대책(2003), 8.31부동산대책(2005), 3.30부동산종합대책(2006) 등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 임기 내 부동산대책>

2003523: 5.23 주택가격 안정대책 발표

200395: 9.5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발표

20031029: 10.29 부동산 대책 발표

2005217: 건설교통부 판교 투기방지대책 발표

200554: 재정경제부 5.4 부동산 대책 발표

2005630: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2005831: 8.31 부동산 대책 발표

2006330: 3.30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가 뼈대)

20061115: 11.15 부동산시장 안정화방안 발표

2007111: 1.11 부동산 대책 발표

 

재건축 소형평형 의무화, 다주택보유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도입,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지정, 분양가 전매제한 확대 등의 규제 정책이었다.

 

이렇듯 정부는 강남과 투기꾼과의 전쟁을 언급하는 등 반시장적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지속적으로 투기 억제책을 내놨으나 정책의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재건축 아파트 값 안정 효과는 5.23대책(2003)이 단 2개월이었고, 이후 재건축단지의 중소형 평형 건설의무비율 확대와 조합원 명의변경 금지를 골자로 한 9.5대책(2003)을 내놨으나 이 또한 효과가 없었다.

 

이어 1가구 3주택 이상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주택거래신고제 및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고강도 10.29대책(2003)을 내놨으나 이 또한 효과가 3개월을 넘지 못했다.

 

이후 2005년에 2.17대책이 나왔으나 그 효과는 단 1개월로, 시쳇말로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폭등하자 노무현 정부는 어느 정부가 들어와도 고칠 수 없도록 헌법처럼 강한 부동산정책을 마련하겠다며 야심차게 준비한 8.31부동산종합대책(2005)을 내놨다.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 시행,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 하향 조정, 1가구 2주택 실거래가 과세, 재건축 분양권에 대한 보유세 부과, 기반시설부담금제 도입 등이 골자다.

 

그러나 부동산 규제의 바이블이라고 칭할 정도로 강력한 규제책인 8.31대책도 아파트 값 상승을 잠재울 수 없었다.

 

백약이 무효왜 실패했나?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 종합부동산세, 재건축 분양권 보유세와 같은 실효적 규제에도 결론적으로 주택정책은 실패했다. 백약이 무효였다. 무엇을 간과한 것일까.

 

  재건축 규제를 빗겨간 재건축 아파트

 

주택산업연구원 김태섭 도시정책실장은 그 이유를 재건축 추진단계에서 규제를 빗겨간 단지의 가격 상승에서 찾는다.

 

재건축 아파트는 여러 가지 추진단계가 있다. 정부가 다양한 규제를 내놨다손 치더라도 모든 재건축 추진단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건 아니다. 관리처분계획 단계에 있는 아파트 A단지와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는 B단지는 각각 적용되는 규제가 다르다.

   

▲   주택산업연구원 자료

 

김 실장은 처음에는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가격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도입했으나 규제에서 빗겨나 있는 단계에 있는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릴레이식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런 현상은 재건축 뿐 아니라 다른 아파트에도 영향을 미쳤고, 서울과 수도권으로 연쇄적으로 확산되어 버블지역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는데 당시에는 예측하지 못한 현상이었다.

 

  공급과 수요관리 정책의 실패

 

노무현 정부는 공공에 의한 주택 공급정책으로 LH와 같은 공기관의 역할을 확대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민간에 의한 공급은 축소 내지 억제하는 방향으로 민간에 의한 주택공급은 줄어들게 됐다.

 

공공의 역할은 주로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대안이다. 공공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대다수의 서민은 민간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민간의 주택공급량이 줄어들었다면 수요는 자연스레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LH등 공공을 통해 아무리 많은 공공주택을 공급하려 해도 자금과 능력, 대상 등에 한계가 있다. 임기 내에서 가능한 주택 공급물량을 발표하지 않고 차기 정부 기간 때까지 물량을 내겠다고 호언하는 정부의 공급물량 발표도 문제다.

 

결국 공급물량 부족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수요 관리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김 실장은 수요 관리(억제)정책은 잠시잠깐 수요를 움츠려들게 할 수 있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잠재수요로 남아서 언제라도 공급이 부족하면 시장가격 폭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재건축 규제는 이런 현상을 가져오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노무현 정부 주택정책은, 공공에만 의지한 주택공급은 서민의 주거안정은 가져올 수 있으나 민간시장은 위험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택공급 규제와 동시에 수요 관리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보여준다. 수요 관리정책은 시장상황에 따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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