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초부터 수도권 주택시장 '품귀'

전셋값 들썩들썩 상승세 '도미노'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11/01/10 [10:15]

≪기획≫ 연초부터 수도권 주택시장 '품귀'

전셋값 들썩들썩 상승세 '도미노'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11/01/10 [10:15]
- 내달 이사철 전세대란 재현 우려

연초부터 수도권 주택시장의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통상 비수기로 꼽히는 1월 초부터 아파트 시장에 전세 물건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민들은 전셋집을 찾지 못해 애태우고 있으나, 정부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되는 내달부터 '전세대란'이 재현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셋값 인상 확산, 수도권 전역 전세난

서민 아파트가 대표적으로 밀집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대적으로 싼 전세를 구할 수 있어 서민들이 많이 몰리던 이 지역은 작년 10~11월부터 시작된 전세부족 현상이 연초에도 이어지며 전세 물건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소형 아파트 전세는 나오기가 무섭게 소진되고 수리가 잘 된 집은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다.

이 지역 보람아파트 109㎡형 전세는 작년 11월 1억3천만원에서 현재 1억6천만~1억7천만원으로 두 달여 만에 3천만~4천만원 올랐다.

인근의 한 공인 관계자는 "연초는 전세 계약이 비수기라 원래 물건이 많지 않은데 올해는 정도가 훨씬 심하다"며 "싼 전세를 찾아서 왔다가 물건이 없어 발길을 돌리는 서민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세난의 근원지였던 강남권 새 아파트들도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 109㎡형은 지난 8월 3억6천만~4억원이던 전셋값이 지난 10월에 4억~4억5천만원으로 뛰더니 현재 4억5천만~5억원을 호가한다. 4개월 만에 무려1억 원가량 오른 것이다. 잠실 엘스나 리센츠, 서초구 반포 자이 등 인기 단지는 2년 전인 2008년 입주 당시에 비해 전세금이 2배 이상으로 올랐지만, 전세주택이 나오는 즉시 소진된다.

학군 수요가 몰리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7단지 89㎡형 전세는 작년 가을 2억3천만~2억5천만원 선에서 현재 2억5천만~2억8천만원으로 3천만 원가량 상승했다. 서울지역의 전세 부족 현상은 수도권 전역으로 도미노처럼 확산되는 모습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새해 첫 주인 7일 기준 전셋값 변동률은 서울이 0.06% 오른 데 비해 신도시와 수도권은 각각 0.11%, 0.09%로 상승폭이 더 컸다. 전세금을 올려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이미 오른 서울을 피해 상대적으로 싼 외곽으로 밀려나는 '엑서더스' 현상 때문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된 전셋값 상승세가 강북, 분당, 용인으로 확산된 데 이어 최근엔 의왕, 광명, 화성, 안양, 파주시 등지로 번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기도 의왕시는 새해 들어 한 주간 0.36% 올랐고, 군포 0.3%, 용인 0.29%, 산본 0.21%, 광명 0.2% 오르며 전세금 상승 상위 5위권을 수도권이 모두 휩쓸었다.

의왕시 포일 자이 112㎡형은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지난해 11월 2억7천만~2억8천만원이던 전셋값이 현재 3억원으로 2천만~3천만원 상승했다.

용인 죽전동 포스홈타운 128㎡형은 1억8천만~1억9천만원에서 현재 2억4천만~2억5천만원으로 5천만~6천만원 올랐다.

아파트 전셋값 강세는 오피스텔, 빌라, 연립, 다가구, 다세대 전셋값 상승세로 이어져 서민들이 전세 구하기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 안사고, 재계약·월세 많은 탓

연초부터 전세물건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것은 매매시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여전히 전세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많아서다.

용인의 K공인 대표는 "작년 말 매맷값이 갑자기 많이 뛰자 집을 사려고 했던 사람들이 오른 가격이 부담돼 다시 전세로 눌러앉기도 한다"며 "실수요자들도 매수 타이밍만 저울질할 뿐 쉽게 뛰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세계약이 만료된 세입자들은 전세금을 올려주고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늘면서 전세로 나오는 물건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당 시범단지 H공인 대표는 "전셋집 구하기가 어렵고 이사비용, 중개업소 복비등을 고려할 때 보증금을 올려주고 재계약을 하는 편이 낫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작년에 팔린 급매물도 상당수 직접 입주를 원하는 실수요자들이 구매하다 보니 예년에 비해 전세가 부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금 여유가 있는 집주인들이 전세금 상승분만큼을 월세로 돌려 내놓는 '반전세'가 유행하는 것도 전세 물건의 품귀를 부추기고 있다. 이로 인해 강남권 아파트 중에는 전세물건이 턱없이 부족한 반면 월세 물건은 잘 안 나가 적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 남아 있는 임대물건 중 60~70%는 월세를 낀 반전세 형태이고, 나머지 30~40%는 전세지만 가격이 턱없이 높거나 과다대출 등으로 하자가있는 물건이 대부분"이라며 "저금리로 월세는 늘었는데 전세만큼 잘 나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전세 선호 추세가 집을 사지 않으면서 나타나는 자발적 현상이어서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예년보다 감소해 신학기와 봄철 이사가 본격화되는 다음달부터는 전세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연구소장은 "전세난으로 인해 전세를 구하는 타이밍이 빨라지면서 연초부터 전세시장에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 한해 아파트 입주물량은 줄어드는데 전세 수요는 늘고 있어 전세난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난이 계속될 경우 결국엔 매맷값도 덩달아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매매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지만, 전세 품귀가 계속되고 매매 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아지면 결국 전세수요 중 일부는 매매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며 "올해는 전세 뿐 아니라, 매매 시장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혜현 기자
/정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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