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찰참가제한 현대제철… 또 철도공단 ‘레일 구매’ 수의계약 할 듯‘호남고속철도 2단계 레일(60E1) 제조구매’ 입찰 2차 유찰현대제철, 최근 7년간 28건 ‘레일 제조구매 사업’ 싹쓸이 현재 2년 입찰참가자격제한… 조달청과 취소소송 3심 중 철도공단, ‘직접생산기준’ 입찰 장벽 세워 독점 구도 방치
매일건설신문=조영관 기자 | ‘호남고속철도 2단계 레일(60E1) 제조구매’ 사업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된 가운데 국가철도공단이 현대제철과 수의계약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현대제철이 공단의 레일 공급을 독점해왔다는 점이 뒷받침한다. 독점 구도에 놓인 레일 공급 시장을 다변화하지 않을 경우 주요 국책사업이 특정기업에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현대제철은 과거 ‘입찰 담합’으로 조달청과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제철은 2018년 10월부터 작년 9월까지 약 7년간 철도공단이 발주한 총 29건의 ‘레일 제조구매 사업’을 수의계약 형태로 모두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비(예정가격 기준)는 총 1,822억 원 상당이다. 철도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철도공단 이외 다른 철도 발주청도 레일 공급을 사실상 현대제철에만 의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심지어 현대제철에 생산물량을 사전에 파악하고 그에 맞춰 입찰규모를 결정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철도공단이 이달 두 차례 진행한 ‘호남고속철도 2단계 레일(60E1) 제조구매(213억 원 상당)’ 사업의 입찰은 입찰참가자가 없어 유찰돼 수의계약 요건이 됐다. 이 사업은 현재 철도공단이 진행 중인 호남고속철도 2단계(고막원~목포) 건설사업의 노반 공사 후 설치할 레일 7159개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철도공단이 그동안 현대제철의 ‘몸값’을 높게 쳐줘온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현대제철이 지난 7년간 수주한 총 29건 ‘레일 제조구매 사업’의 예정가격 대비 수의계약 낙찰율은 평균 97.49%였다. 이는 다른 철도용품처럼 경쟁입찰이 성립됐다면 나올 수 없는 수치다. 통상 철도용품 제조구매 입찰은 경쟁입찰이 진행되고, 이에 따라 80~85% 가량의 낙찰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공단이 그동안 레일 구매처를 다변화했다면 경쟁입찰에 따라 국가 예산을 사업비에서 최대 17%p(포인트) 가량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레일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현대제철이 철도공단과의 가격협상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철도공단은 ‘레일 독점 구도’를 깨고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철도공단은 ‘호남고속철도 2단계 레일(60E1) 제조구매’에서도 입찰 참가 자격을 사실상 ‘국내 공장 제조품’으로 한정하는 내용의 ‘조달청 제조물품 직접생산확인 기준(조달청 고시)’이라는 ‘입찰 장벽’을 세웠고, 이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곳은 현대제철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만약 철도공단이 이 고시를 제시하지 않았다면 다른 철도업체 1곳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 현대제철과의 입찰 경쟁이 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철도공단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이번 입찰에서 ‘조달청 제조물품 직접생산확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면 현대제철 이 외의 자격이 되는 1곳의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로 비칠 수도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특히 현대제철은 현재 조달청과 입찰 담합에 따른 ‘부정당업자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6조 8,000여억 원 규모의 조달청 철근 입찰 담합으로 인해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고, 조달청은 이를 근거로 2023년 1월 현대제철에 입찰 참가 자격 제한 2년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후 행정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패소한 현대제철은 2심에서 승소한 가운데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으로, 최종 판결에서 현대제철이 패소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제철 측은 ‘호남고속철도 2단계 레일(60E1) 제조구매’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데 대해 12일 본지에 “(조달청의) 입찰 참여 제한으로 현재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며 “입찰 제한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제철의 이 같은 해명은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왜냐하면 입찰 담합에 따른 입찰참가자격 제한에 대한 취소 소송은 통상적으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입찰참가 제한은 사실상 사업의 중단을 의미하는 만큼 업체는 가처분 신청을 통해 행정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본안 소송을 진행하는 게 통상적인 절차다. 이에 대한 본지의 추가 질의에 대해 현대제철 측은 “내부적으로 확인해봤는데, 이번 건 관련해서 상세하게 확인해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문에 대해 본지가 조달청에 확인해보니 현대제철은 2023년 조달청의 ‘부정당업자 입찰 참가 자격 제한’ 행정처분 당시 취소소송과 함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행정 처분 효력은 올해 6월까지 정지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2심 승소 이후 현대제철은 가처분 신청을 다시 하지 않아 6월 9일부터 2028년 6월 4일까지 2년간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부정당업자 입찰 참가 자격 제한)에서 현재 조달청과 ‘부정당업자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중인 것이다.
현대제철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다시 하지 않은 이유는 ‘독점 기업’이라는 위치를 감안한 판단으로도 해석된다. 국가계약법 제27조(부정당업자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 등)에 따라 부정당업자는 일정기간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없고, 발주청은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받은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면 안 된다. 문제는 단서 조항인데, 제27조는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받은 자 외에는 적합한 시공자, 제조자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독점시장일 경우 독점업체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고,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아무리 ‘입찰 참가자격 제한’ 기간이어도 독점시장인 레일 입찰에선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조달청 관계자는 ‘부정당업자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본지 질의에 대해 “(발주청은) 부정당업자와 수의계약 시 사유를 잘 검토해야 한다”며 “부득이하고 타당한 사유가 있지 않으면 감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고속철도 2단계 레일(60E1) 제조구매’ 사업은 향후 철도공단과 현대제철의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입찰참가 제한 중인 현대제철과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본지 질의에 대해 “어느 업체와 수의계약을 할지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면서도 “그렇게 검토가 될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대제철과의 수의계약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철도업계에서는 철도안전법 상 제작자의 지위를 고려해 형식승인 및 제작자 승인 대상인 보통레일, 접착절연레일, PSC침목 등 궤도용품 3품목에 대해서는 철도안전법의 제작자 지위를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달청 ‘제조물품 직접생산확인 기준’은 철도형식승인 및 제작자 승인 대상품이 아닌 일반 궤도용품에 한해 적용토록 철도공단 입찰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는 철도공단이 레일 입찰 조건으로 조달청 ‘제조물품 직접생산확인 기준’을 넣고 빼느냐의 여부에 따라 입찰구도가 독점과 경쟁으로 나뉘게 되는 상황인 셈이다.
국토교통부 철도안전정책과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철도안전법의 형식승인과 제작자 승인은 물품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 기준으로 당연히 입찰참가자격도 부여된다”면서도 “입찰 발주 조건은 발주청의 재량으로 국토부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사안의 경우 발주청인 철도공단이 의지만 있다면 레일 입찰에서 경쟁 구도를 만들고 공급처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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