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레일 구매 입찰’서 직접 제작 요구한 철도공단… 현대제철에 특혜주나‘호남고속철도 2단계 레일(60E1) 제조구매’ 입찰 조건 논란기타사항으로 ‘조달청 제조물품 직접생산확인 기준’ 제시 ‘형식승인·제작자 승인’에도 국내 공장 제작으로 입찰 제한 철도공단 “품질 위해 추가 특수조건 등 계약조건 제시한 것”
매일건설신문=조영관 기자 | 국가철도공단이 ‘호남고속철도 2단계 레일(60E1) 제조구매’ 사업 입찰을 진행한 가운데 입찰 참가 자격을 사실상 ‘국내 공장 제작품’으로 한정하면서 ‘독과점 시장 구조’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철도 레일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은 현대제철이 유일한데, 정부는 독과점 공급을 방지하기 위해 해외공장에서 제작된 레일이라고 하더라도 국내 ‘형식승인 및 제작자 승인’을 받은 경우 입찰 참여를 가능토록 해왔다. 그럼에도 철도공단이 이번 입찰에서 ‘직접 생산’이라는 특수조건을 명시하면서 현대제철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철도공단은 4일 ‘호남고속철도 2단계 레일(60E1) 제조구매(213억 원 상당)’ 사업의 입찰공고를 마감했다. 현재 철도공단은 호남고속철도 2단계(고막원~목포) 건설사업을 진행 중으로, 노반 공사 후 설치할 레일 7159개 공급을 위한 것이다. 이날 개찰 결과 입찰참가자가 없어 유찰된 것으로 확인됐다.
철도공단은 이번 입찰의 물품구매(제조) 입찰설명서에서 철도용 레일(세부품명번호 10자리 2524011501)을 제조물품으로 입찰참가자격을 등록한 자를 입찰조건으로 제한했다. 또한 ‘철도안전법’ 제27조(철도용품 형식승인) 및 제27조의2(철도용품 제작자승인)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철도용품(레일)의 형식승인 및 제작자승인을 받은 자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 같은 조건들은 철도형식승인 대상 철도용품의 입찰에서 기본적으로 제시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공단은 최근 발주한 철도형식승인 대상 철도용품의 입찰공고문인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전차선 제조구매’, ‘충청권 광역철도 자동장력조정장치 제조구매’, ‘충청권 광역철도 AF궤도회로장치 제조구매’ 사업도 모두 제한경쟁입찰로 발주한 가운데 입찰참가자격으로 ‘철도안전법’에 따른 형식승인 및 제작자승인을 규정했다.
이번 입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철도공단이 기타사항에서 제시한 ‘본 제조계약은 ‘조달청 제조물품 직접생산확인 기준(조달청 고시)’을 따르며, 계약상대자는 이를 준용하여 생산·납품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철도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일한 철도안전법 승인 대상 철도용품의 입찰에 행정적으로 상이한 기준을 적용하고 철도안전법과 조달청 기준간의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조달청 기준은 국내 제조업체를 보호·지원하고 조달물자의 품질 제고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직접생산확인’은 납품한 실적이 있는 자가 해당 물품을 직접생산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번 입찰에서 철도공단은 국내 업체가 보유한 공장에서 직접 제작된 물품으로 입찰조건을 한정한 것이다. 철도레일의 경우 이 조건에 부합하는 곳은 국내에서 현대제철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철도안전법은 철도용품 제작자 승인시 제작 공장의 소재지가 국내외 여부와 무관하게 국가(국토교통부 및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차원의 엄격한 실사를 거쳐 안전성과 품질이 입증되면 제작자 승인을 부여하는 제도다. 실제로 차륜·차축·제동디스크 등 수많은 철도용품이 해외공장을 제작 공장으로 하여 합법적인 승인을 득한 후 국내에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기업이 보유한 해외 소재 공장이라고 하더라도 철도안전법 상 철도용품(레일)의 형식승인 및 제작자승인을 받은 제품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이 OEM(위탁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들여와 입찰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철도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를 강제하는 ‘조달청 직접생산 확인 기준’을 준용하라는 조항은 당연히 모순적인 규제가 된다”며 “즉 철도안전법상 승인받은 제조공장이 해외에 있는 경우 이를 직접 생산으로 인정하거나 ‘조달청 직접생산 확인 기준’은 철도형식승인 대상이 아닌 용품에 한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도안전법’ 상 철도용품 형식승인과 철도용품 제작자승인을 거친 해외 소재 공장에 대해 ‘입찰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는 취지다. 철도공단이 ‘국내 직접생산 기준’을 내세워 합법적인 승인을 얻은 기업의 입찰 참여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무엇보다 철도공단이 이번 입찰에서 ‘국내 공장 직접 제작품’으로 입찰자격을 한정하면서 사실상 ‘독과점 시장 구조’를 방치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독과점 품목으로 꼽히는 철도 레일 구매 입찰에서 두 곳 이상의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을 시 철도공단은 현대제철과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국가 예산 낭비 우려는 물론 대외적으로는 철도공단이 현대제철에 ‘입찰 특혜’를 부여한 것으로도 비칠 수 있다. 더군다나 60K 및 KR60 레일(KS 규격)은 한국에서만 전용으로 사용되는 규격으로, 전 세계에서 현대제철이 유일하게 생산해 완전한 독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동안 철도공단의 레일 제조구매 입찰에서 레일을 공급한 곳은 현대제철이 유일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철도 구축 사업이 현대제철의 경영상황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철도안전법 상 제작자의 지위를 고려해 형식승인 및 제작자 승인 대상인 보통레일, 접착절연레일, PSC침목 등 궤도용품 3품목에 대해서는 철도안전법의 제작자 지위를 우선 적용하고, 조달청 ‘제조물품 직접생산확인 기준’은 철도형식승인 및 제작자 승인 대상품이 아닌 일반 궤도용품에 한해 적용토록 철도공단 입찰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4일 본지 통화에서 “제품의 품질 제고와 문제 시 책임소재를 위해 철도안전법 상 철도용품 형식승인과 철도용품 제작자승인 등의 참가자격과 별개로 ‘직접 생산’이라는 특수조건을 제시한 것”이라며 “해외 다른 기업의 공장에서 제작한 제품을 들여온 것은 직접 생산으로 볼 수 없을뿐더러 품질관리에도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혔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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