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본을 버린 건설, 설계·시공·감리 모두 흔들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작업자 보호에만 집중된 안전관리의 역설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5/11/11 [13:09]

[기고] 기본을 버린 건설, 설계·시공·감리 모두 흔들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작업자 보호에만 집중된 안전관리의 역설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5/11/11 [13:09]

▲ 최명기 교수  © 매일건설신문

 

최근 국내에서 연이어 발생한 구조물 붕괴 사고는 단순한 시공상의 실수나 불가항력적 재난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해체공사 중 발생한 붕괴사고를 비롯하여 광명 신안산선 터널 붕괴, 강동구 명일동 터널공사 중 지반 침하, 안성 고속도로 교량거더 붕괴사고 등은 모두 구조물 안전관리의 근본적인 실패를 드러낸 사례들이다. 

 

이러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해체하는 공사를 수행하는 건설의 기본이 무너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건설의 기본이란 설계의 정밀성, 시공의 정확성, 감리의 전문성, 발주자의 지원 등을 비롯한 구조물 안전관리의 철저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의 건설 현장은 이 기본이 공정 압박과 비용 절감,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작업자 안전관리 치중이라는 명목 아래 무시되고 있다. 그 결과는 구조물 붕괴라는 참혹한 현실로 이어지고 있고 작업자들도 같이 희생되는 결과를 양산하고 있다.

 

구조물의 안전은 곧 작업자의 안전관리와 직결된다. 구조물이 붕괴되는 순간 안전모와 개인보호장비는 무력해진다. 작업자 안전을 논하기에 앞서 구조물 자체의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는 건설 현장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작업자 안전에만 치중한 나머지 구조물 자체의 안전 확보는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안전관리의 방향이 잘못 설정되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건설기술진흥법은 구조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해야 한다. 해당 법은 안전교육, 안전점검, 안전조직, 안전비용, 안전회의 등 다섯 가지 핵심 요소를 통해 구조물의 안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법적 장치들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사실 의문이다.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안전교육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교육에 밀려 이루어지지 않거나 형식적인 서명으로 대체되고 있다. 자체안전점검은 공정에 쫓겨 생략되거나 점검표만 채워지는 ‘서류용 점검’으로 전락하고 있다. 안전조직은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할 시공관리자의 배치가 원가 절감을 이유로 배치되지 않아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저 안전관리계획서에 들어가는 서류상으로만 명목상 존재할 뿐 실질적인 권한이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안전비용인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안전관리비는 일부 현장의 경우 예산 절감이라는 이유로 축소되거나 타 항목으로 전용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안전회의인 협의체 역시 보고와 전달에 그치고 있으며 현장의 위험 요소를 실질적으로 논의하거나 개선하는 기능은 미미하다.

 

문제는 이러한 법적 장치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법은 현장에 도달하지 못하고 규정은 서류 속에만 머물러 있다. 

 

안전관리계획과 체계는 형식적으로 운영되며 실질적인 위험 예방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구조물 붕괴사고는 발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관리 부실을 넘어 제도와 현실 사이의 단절을 보여주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이다.

 

구조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건설기술진흥법은 단지 규제가 아니라 구조물 안전을 확보함으로써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그러나 이 약속이 형식에 그칠 때 구조물은 무너지고 사람은 다친다. 

 

법의 존재를 신뢰하기에 앞서 그 법이 현장에서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구조물 안전은 종이 위의 규정이 아니라 현장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다. 그리고 그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건설의 기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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