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맥킨지가 바라본 글로벌 모듈러 기업의 성공 방정식발주자와 시공사가 함께 새로운 접근 방식 모색해야
글로벌 건설 현장이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인력 부족, 공기 지연, 막대한 폐기물 발생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모듈러 건설’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물의 주요 부재를 공장에서 70~80% 미리 제작하고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는 이 공법은 공사 기간 단축, 균일한 품질 확보, 안전사고 감소, 환경오염 최소화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그 규모와 기술 수준도 진화하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터너 건설이 진행한 8억 5,500만 달러 규모의 댈러스 포트워스 공항 터미널 확장 공사 사례는 모듈러 공법의 잠재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세계 3위의 승객수를 자랑하는 댈러스 공항은 여행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빠르게 시공하기 위한 시공 방안을 찾았으며, 이 과정에서 모듈러 공법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였다. 이번 공사에서는 길이 85m, 무게 3320톤에 달하는 거대한 조립식 모듈이 불과 9개월 만에 설치되었다. 각 구조물은 외부에서 조립된 후 수송기를 통해 운송되었다. 이는 모듈러 기술이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도 효율성과 속도를 모두 잡을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이다.
우리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모듈러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2022년 ‘모듈러주택 정책협의체’를 출범하고, 2030년까지 연간 3000호의 공공 발주를 목표로 하는 로드맵을 발표하며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고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25년 8월, 전 세계 700여 개 모듈러 기업 데이터를 분석한 모듈러 건설 보고서를 통해 산업의 현황과 성공 방정식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기업을 7가지 기준(가치사슬 통합 정도, 건물 유형, 건물 및 모듈 복잡도, 상업적 모델, 지리적 확장, 제품 유형, 구조재 선택)으로 세분화하여 사업 유형별 수익성을 심층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모듈러 기업의 약 60%는 단독 주택 부문에 집중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8%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호텔이나 의료 시설과 같은 전문화된 건물을 다루는 기업의 수익성은 19%로 훨씬 높게 나타났다. 건물 복잡도 측면에서는 예상과 달리 낮은 복잡도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19%로 가장 높았고, 중간(14%) 및 높은 복잡도(5%) 프로젝트보다 유리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구조물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맥킨지는 모듈러 기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가치사슬(Value Chain) 통합을 꼽았다. 단순히 모듈을 제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설계부터 조립까지 전체 가치사슬을 직접 제어하거나 다른 플레이어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기업들이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예를 들어, 설계부터 개발, 조립, 운송에 이르는 전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건설사, 하도급자, 물류업체 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공정 동기화, 투명성 확보, 신속한 업데이트 처리가 가능해져 모듈러 공법의 진정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모듈러 건설 방식은 단순히 공기(工期)를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시공 기술을 넘어,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부터 발주자와 시공사가 함께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해야 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특히, 댈러스 포트워스 국제공항 사례에서 보듯, 발주자는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 열쇠인 모듈러 기술을 초기부터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협력을 이어갈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채택을 넘어, 프로젝트 전체를 재설계하는 혁신적인 관점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모듈러 기술은 그 효율성과 확장성을 바탕으로 더 빠르고 더 거대한 규모의 건설을 가능하게 하며, 이제 그 시장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 역시 맥킨지 보고서와 같은 권위 있는 자료의 분석을 토대로, 자사의 핵심 역량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가장 적합한 시장과 전문 분야를 전략적으로 파악하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조재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신성장전략연구실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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