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도 모르고 지나갔는데”… 사업 ‘발주 지연’에 속타는 철도설계업계내년 철도 예산안 4조 7353억원, 올해 대비 26.3% 늘었지만설계업계 “미집행 이월분 예산 포함, 신규 사업은 안 늘어” ‘예타 면제’ 검토하고, ‘예타 조사 대상사업 기준’도 개정해야
매일건설신문=류창기 기자 | 정부가 2026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가운데 철도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신규 사업 축소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계획과 설계 등 사업 추진 향방에 누구보다 민감한 이 기업들이 내년 철도건설산업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배경에는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 기존 사업에 대한 미집행 이월분 예산이 포함된 가운데 정작 신규 사업 규모는 늘지 않았다는 분석이 깔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사업의 발주도 당연히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철도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2026년도 예산안에서 철도 SOC(사회간접자본) 부문의 경우 8조 8,411억 원이 편성됐다. 이 가운데 고속철도와 광역철도·일반철도 건설 등 철도건설 예산은 4조 7,353억 원 규모다. 이는 철도 SOC 부분의 경우 올해 예산(7조 16억 원)에 비해 26.3% 증가한 수치다. 다만 이번 예산안에는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철도 사업의 미집행 예산이 대거 반영됐다.
내년 예산안은 오는 12월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는데 이마저도 국회 협의 과정에서 삭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철도예산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도 사업의 경우 특성상 선거 등 정치 이슈가 부각되는 시기에는 예산이 과다 편성돼 발주가 집중되지만 평시에는 상대적으로 발주 물량이 적다”고 말했다.
철도업계에서는 ‘돈 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기재부)와 기재부로부터 사업비를 타 내야 할 입장인 발주청의 예산 협의 과정이 지연되면서 신규 사업 추진 및 진행 공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10년 단위 국가 계획인 3차 국가철도망(2016~2025)과 4차 국가철도망(2021~2030) 구축계획에 반영된 사업까지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당장 3차 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된 ‘수색~광명 지하화 사업’도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업계는 국가철도공단의 발주를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기재부와의 예산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수색~광명 지하화 사업과 더불어 새만금 인입 철도, 호남선 고속화 추가 사업 등의 내년 발주를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철도업계에서는 철도 사업 특성을 고려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대상사업 기준’을 개정하는 한편 ‘예타 조사 면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23년 강릉~제진과 춘천~속초 철도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를 지정한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가재정법’에 따라 총사업비, 국비 규모가 일정 금액 이상이면 예타 조사를 거치는데 이 기준은 1999년 제도 도입 이래 변동 없이 지금껏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국가 재정지원 규모 300억 원 이상으로 고정된 상황이다. 최근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 기준 완화법(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예타 조사 대상사업 기준을 총사업비 1,000억 원 이상, 국가 재정지원 규모 500억 원 이상으로 상향함으로써 예타 대상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철도 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는 “이전 대통령들이 오죽하면 철도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를 추진한 배경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절차 때문에 일(사업 발주)이 나오지 않는 실정으로 현재 예타 기준으로 보면 철도 사업은 경제성이 나오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K설계사 관계자는 “큰 틀에서 철도 간선망이 구축된 가운데 지선 등 연결선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일부 철도 용역사는 우스갯소리로 IMF도 모르고 지났다고 하는데, 작년부터 올해 들어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충북선 고속화 턴키 사업 하나만 신규 발주됐다”며 “설계금액 100억 원 규모인 종심제 등 최소한 신규 철도 사업이 연간 3개 이상 발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철도 사업 불황 속에서 하반기 발주가 예정돼 있는 문경~김천 철도 기본설계 용역(4개 공구)을 두고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용역 수주가 업계 재편 등 철도 부문 경쟁력을 판가름할 수 있는 이른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도 나오고 있다.
/류창기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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