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업재해, 처벌도 좋지만 예방이 먼저다

업계 현실을 반영한 지원과 제도 병행 필요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5/08/14 [16:50]

[기고] 산업재해, 처벌도 좋지만 예방이 먼저다

업계 현실을 반영한 지원과 제도 병행 필요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5/08/14 [16:50]

▲ 최명기 교수   © 매일건설신문

 

산업재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이는 구조적 안전관리의 미비, 예방의지 부족, 책임 회피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힌 사회적 참사라 할 수 있다. 반복되는 산재 사망 사고는 더 이상 개별 사업장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으며 국가적 차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 감축을 국가적 과제로 천명하고 강도 높은 예방 중심의 대책을 지시한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한 정책적 전환이라 평가할 수 있다. 대통령은 산업재해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자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며 산업현장의 안전을 강화하고 노동자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과징금 제도 도입, 공공입찰 자격 박탈, 금융 제재, 신고 포상금 지급 등 다양한 제도적 대응이 제시되었다. 또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책임을 원청에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계약 관행 개선도 지시되었다. 2030년까지 산재 사망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건설안전특별법 제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령 개정 등도 논의되고 있다. 그리고 첨단 디지털 기술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을 활용한 안전관리 확대 방안도 발표하였다. 이러한 디지털 기반 안전관리 확대 방안은 기존의 인력 중심 안전관리 체계를 보완하고 사고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조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 있어 분명한 획기적인 진전이다. 그러나 산업재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 중심의 접근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전 예방과 처벌이 균형 있게 병행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현장의 실태와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 설계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

 

사전 예방은 산업재해 감축의 핵심이다. 안전교육의 내실화, 위험요소에 대한 선제적 점검, 안전설비 투자 확대 그리고 현장 노동자와의 소통 강화는 모두 예방의 영역에 속한다. 기업이 안전을 비용이 아닌 필수 경영 요소로 인식하고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제거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이러한 예방 활동을 유도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하며 현장 중심의 점검과 지속적인 개선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데이터 기반의 위험 진단도를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산재 발생률이 높은 업종과 지역을 중심으로 통계 분석을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위험 사업장을 선별하여 우선적으로 필요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기업에는 안전평가보고서가 제공되며 이는 향후 금융기관과의 협력이나 신용평가 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지원방안은 단순한 재정적 혜택을 넘어 중소기업이 안전을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고 지속가능한 안전환경을 구축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재해 예방은 비용이 아닌 투자이며 중소기업이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과 제도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사고 발생 시에는 명확한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가 작동해야 한다.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안전관리 실패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응징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기업이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도록 유도하는 수단이 된다. 대통령이 제시한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제한,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는 이러한 처벌의 일환으로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간에 산업재해 감소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처벌 강화는 분명한 목적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처벌만으로는 산업재해를 근본적으로 감축하기 어렵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산재 사망자 수는 크게 줄지 않았으며 일부 통계에서는 오히려 증가한 사례도 나타났다. 이는 처벌이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안전 수준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처벌 중심의 정책은 영세한 중소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기업들은 법적 규제를 대응하기 위해 서류 작업에 집중하게 되고 이로인해 현장 안전은 소홀해질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엄벌주의는 비용은 많이 들지만 효과는 낮은 구조이다. 중소기업은 생존 경쟁 속에서 안전관리보다는 생산성과 비용 절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보다는 예방 중심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안전 선진국들은 강력한 처벌보다는 자율적 안전경영체계 확립과 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안전기준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이 안전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세제 혜택, 우수기업 인증 등과 같은 인센티브 제도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처벌은 최후의 수단이지 유일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산업재해 감축을 위해서는 처벌과 함께 예방, 지원, 동기부여가 균형 있게 작동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적·재정적 지원이 병행될 때 비로소 실질적인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는 이러한 조치를 과도한 처벌로 인식하고 있고 산업 생태계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는 “건설 현장 특성상 완벽한 사고 예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대통령의 강경 지시가 기업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특히 공공 공사 입찰 자격을 영구 박탈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공공 공사 없이 생존할 수 있는 건설사는 없다”는 현실적 반발도 있다. 또한 건설안전특별법 등 추가 입법 움직임에 대해서도 낮은 영업이익률을 고려할 때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처분은 기업의 존폐를 위협할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반발은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산업현장의 구조적 특성과 경영 현실을 반영한 목소리로 이해해야 한다. 정책은 현장의 실태를 반영할 때 비로소 실효성을 갖는다. 따라서 정부는 처벌 중심의 제도 강화와 함께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제도 설계와 지원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산업재해 예방은 단순히 사고를 막는 것을 넘어 안전을 조직문화의 핵심 가치로 자리잡게 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과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과 기업의 책임 있는 경영, 노동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산업재해는 예방이 가능하며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비극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과 사후 처벌이 서로 보완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어느 하나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안전은 현장의 문화이자 제도의 결과이다. 정부, 기업, 노동자 모두가 함께 책임지고 실천해야 할 공동의 과제이다. 균형 잡힌 접근과 현장 중심의 정책 설계만이 산업재해를 근본적으로 줄이고 지속가능한 안전사회를 실현하는 길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한국건설안전학회 부회장·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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