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레일, 中企와 ‘기관실 CCTV’ 소송전… 철도노조 눈치봤나

대전고등법원, 최근 코레일 패소 판결… 1심도 코레일 청구 기각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25/07/15 [17:47]

[단독] 코레일, 中企와 ‘기관실 CCTV’ 소송전… 철도노조 눈치봤나

대전고등법원, 최근 코레일 패소 판결… 1심도 코레일 청구 기각

조영관 기자 | 입력 : 2025/07/15 [17:47]

2017년 1월부터 기관실 내부 CCTV 운영, 철도노조는 반대

2019년 국감서 기관실 내부 CCTV 훼손 문제 제기되기도

열차 기관실 설치 CCTV 하자 문제로 2020년부터 A와 충돌 

법원 “CCTV 하자, 코레일의 관리 과실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 코레일 본사 사옥 전경(사진 = 코레일)      © 매일건설신문

 

매일건설신문=조영관 기자 |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열차 기관실 CCTV(동력차 영상기록장치) 설치 문제로 중소기업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최근 패소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이 사건은 CCTV 성능 하자를 이유로 코레일이 A사에 ‘하자보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기관사들이 소속된 철도노조는 당초 CCTV 운영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이유로 반발했었고, 당시 기관실 CCTV 파손사례가 다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하자는 사용자 귀책사유로 발생한 것”이라는 취지로 판결한 만큼, 코레일이 애먼 중소기업을 상대로 ‘면피성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대전고등법원 제2민사부는 원고(반소 피고) A사와 피고(반소 원고) 코레일 간에 진행 중인 ‘채무부존재확인·부당이득금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기각)했다. A사에게 영상기록장치에 대한 하자보수의무 및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채무가 없고, 물품대금 27억 2,000만 원과 영상기록장치의 철거비용 예상액 8,800만 원도 코레일에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대전지방법원도 지난 2023년 9월 코레일이 A사에 제기한 부당이득금 등 청구 반소청구를 기각했었다. 

 

영상기록장치는 자동차 블랙박스와 유사한 형태로 운전실의 주요 기기 취급과 계기판의 각종 게이지 및 표시장치를 동영상으로 기록하는 장치다. 앞서 2016년 3월 코레일은 연말까지 여객열차와 화물열차 등 보유하고 있는 모든 열차(844량) 운전실에 영상기록장치(블랙박스)를 설치한다고 밝혔었다. 코레일은 당시 “영상기록장치 설치가 완료되면 신속하고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은 물론 기관사 인적오류 분석을 통한 사전 예방책 강구로 철도안전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후 코레일은 A사와 2016년 7월 동력차(기관실) 영상기록장치(CCTV) 구매·설치계약을 체결했고, A사는 같은 해 1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KTX 등 모든 열차의 동력차(기관실) 운전실에 영상기록장치 1295대를 설치했다. 계약금액 27억 2,000만 원, 하자담보책임 기간은 2년이었다. 그런데 이후 운영 과정에서 코레일은 영상기록장치에 소음, 녹화 불량, 전원 불량 등의 하자 발생을 주장하며 2018년초부터 2019년초까지 A사를 상대로 5차례에 걸쳐 하자보수를 요청했고 A사의 하자보수에도 하자를 이유로 하자보수 보험금을 청구했다. A사 측은 소송 과정에서 “영상기록장치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고, 코레일이 주장하는 각종 하자는 사용상 귀책 사유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기록장치’는 2016년 1월 개정(2017년 1월 20일 시행)된 철도안전법에 따라 철도차량 전방의 운행 상황과 운전실의 운전조작 상황을 촬영하도록 설치돼야 한다. 동력차 기관실 영상기록장치는 ‘전방촬영 CCTV(선로변을 포함한 철도차량 전방의 운행 상황)’와 ‘실내 CCTV(운전실의 운전조작 상황)’로 구성되는데 현재 코레일이 운영 중인 열차 기관실(운전실)에는 전방촬영 CCTV만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본지 통화에서 “기관실 실내촬영 CCTV는 일부 설치되기도 했지만 운영되고 있지 않다”면서 “철도노조 측에서 인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코레일과 A사의 소송전은 표면적으로는 ‘영상기록장치 품질 하자 문제’로 보이지만 근저에는 코레일과 철도노조와의 역학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기관실 CCTV 설치 후 다수의 파손사례가 발견된 점에서 볼 때 사용자인 코레일이 기관사들이 소속돼 있는 철도노조의 반발에 물러서면서 애먼 중소기업에 문제의 화살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2019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동력차 영상기록장치 관련 법령 준수 철저 지시’라는 제목의 철도공사 내부 공문을 공개했었다. 당시 박재호 의원이 코레일에서 제출받은 사진에 따르면, 열차 운전실 내부를 비추는 CCTV 렌즈가 테이프로 가려지거나 열차 전방 운행 상황을 촬영하는 CCTV 렌즈가 파손된 사례가 확인됐다. 영상기록장치와 연결된 전원 케이블이 뽑힌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코레일 홍보실 관계자는 최근 본지 질의에서 “기관실(운전실)에 설치된 제품에 대해 파손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후 통화에서는 “블랙박스(영상기록장치)가 파손되거나 성능상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고, 당시에는 (CCTV에) 휴지를 붙이거나 신문지로 가리거나 그런 것만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훼손은 아니고 CCTV 영상이 찍히지 않도록 기관사들이 카메라 렌즈를 가렸다는 취지다. 이번 소송에서 법원이 인정한 ‘사용자의 귀책사유’의 사안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CCTV를 훼손한 관련자들을 확인하고 어떤 조치를 했느냐’는 본지 질의에 코레일은 “없다”고만 밝혔다. 

 

당초 기관실 운전실의 운전조작 상황을 비추는 실내 CCTV도 설치됐지만 이후 운영되지 않은 과정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와 코레일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설치 후 철도안전법 시행령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6월 개정된 철도안전법 시행령은 ‘운행정보의 기록장치 등을 통해 철도차량의 운전조작 상황을 파악할 수있는 철도차량은 운전실의 운전조작 상황을 촬영할 수 있는 영상기록장치는 설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단서 조항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열차의 기관실 운전실에는 ‘운행정보기록장치’가 설치돼 있는 만큼 운전실의 운전조작 상황을 촬영할 수 있는 실내 CCTV는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다.

 

이에 국토부와 코레일이 2017년 12월까지 KTX 등 모든 열차의 동력차 운전실에 영상기록장치 1295대를 설치했음에도 철도노조의 반발에 못이겨 설치된 ‘실내 CCTV’의 운영 중단을 위한 근거를 급하게 마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영상기록장치 도입 당시에는 철도안전법 시행령 단서 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박재호 의원이 2019년 2월 ‘동력차 영상기록장치 관련 법령 준수 철저 지시’라는 제목의 철도공사 내부 공문을 공개한 사실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에서 특히 법원은 “코레일 소속 기관사들은 ‘이 사건 영상기록장치는 운전실 내에 CCTV를 설치한 것에 해당하고, 이는 사고 발생 시 그 책임을 기관사에게 전가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설치에 적극 반대했다”며 코레일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사가 설치한 영상기록장치의 하자는 기계 자체의 결함보다도 코레일 측의 사용상 문제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코레일이 중소기업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코레일의 상고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 후 상고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A사측 관계자는 “영상기록장치 제품의 하자를 논하기 전에 코레일 차원에서 관리가 전혀 안 됐다”면서 “이번 소송은 중소기업 죽이기의 끝판왕이다”고 말했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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