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설안전특별법, 이제는 적극 수용할 필요 있어발주자에도 적정 공사기간·비용 제공 의무 부과, 책임 사각지대 해소
‘건설안전특별법’ 논의로 건설업계가 한바탕 시끄러울 것 같다. 건설안전특별법은 지난 6월 27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재발의된 법안이다. 2020년에도 안전관리 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업역별 매출액의 3~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명시한 건설안전특별법안이 발의되었지만 건설업계의 거센 발발로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기존의 건설기술진흥법 상에 있는 안전 관련 조항을 독립시켜 안전 기능을 강화하고 생산 촉진과 안전 기능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도입됐다. 이 법은 발주자와 건설사업 참여자의 안전 책임을 명확히 하여 사고 예방을 위한 체계를 강화하고자 발의되었지만 건설업계의 반발은 상당히 심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윤추구가 목적이다. 그러나 안전을 소홀히 하면 이윤이 아닌 손해가 발생한다는 것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이윤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의 생명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들의 생명 존중에 대한 인식변화와 안전 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매출액의 최대 3% 과징금 또는 최대 1년의 영업정지 처분을 이제는 건설업계에서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 안전은 이제 수요자인 고객들이 요구하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건설안전특별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발주자 책임 강화 측면에서 발주자는 설계·시공·감리자가 안전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정한 공사기간과 비용을 제공해야 하며, 민간공사는 인허가 기관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또한 시공자의 안전관리 의무와 관련하여 시공자는 현장의 총괄 안전관리 책임자로서 다수 업체가 사용하는 안전시설물 설치 및 위험작업 조정 의무를 지게 된다.
감리자의 역할 확대와 관련하여 감리자는 시공자의 안전계획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사고 우려 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이를 따르지 않으면 발주처에 신고해야 한다. 이외에도 재해보험 의무화와 관련하여 건설사업자는 근로자 재해에 대비해 재해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발주자도 보험료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 사고 이력에 따라 보험료가 차등 적용되게 된다.
건설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내용은 아마도 강력한 처벌 조항 때문일 것이다. 안전관리 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매출액의 최대 3% 과징금 또는 최대 1년 영업정지를 받게 되고,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부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망사고 발생 시 매출액의 최대 3% 과징금 또는 1년 이하 영업정지는 중소 건설사에 치명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신규 수주 중단으로 업계 퇴출 우려가 크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건설업계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존 법률과의 중복 규제와 과잉 처벌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건설업계는 이미 시행 중인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유사한 안전관리 의무와 처벌 규정을 담고 있어 별도의 법 제정이 불필요 하다는 입장이다.
한 건의 사고로도 기업은 벌금, 경영책임자 처벌, 작업중지, 영업정지, 징벌적 손해배상 등 이중 삼중의 제재를 받을 수 있어, 기업 활동 자체가 위협받는다는 주장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기존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효과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법을 만드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과도한 규제와 처벌로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 참여를 꺼리게 되고 공사 지연, 주택공급 차질, 시장 위축, 중견·중소 건설사의 경우 과징금 부담으로 연쇄 도산이 발생할 가능성 등 각종 부작용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주장을 할 것이다. 그 외에도 정부가 강조하는 주택공급 확대 정책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통과를 적극 저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설안전특별법의 도입 필요성은 단순한 법 제정 그 이상인 이유가 있어서이다. 건설현장의 구조적 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전환점이 필요하기에 건설안전특별법은 도입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법은 시공자 중심의 책임 구조였다. 그러나 많은 사고가 무리한 공기 단축, 불충분한 예산, 발주자의 결정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했다. 이에 발주자에게도 적정 공사기간과 비용 제공 의무를 부과해 사고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 그 외에도 다단계 하도급, 단기 현장, 미숙련 인력 투입 등 건설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안전관리 체계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그런 연유로 건설안전특별법에서는 설계자, 감리자, 시공자, 발주자 등 모든 주체의 책임을 단계별로 규정하게 된 것이다. 그 외에도 안전자문사 선임, 공사 중지 명령 권한 부여, 재해보험 의무화 등 예방적 장치가 포함돼 있다.
이 법은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현장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물론 건설업계의 우려도 있지만, 지속 가능한 건설산업을 위해선 안전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도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에도 기업의 안전 및 윤리적 책임 강화를 위해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한 사례들이 있다. 영국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모든 고용주를 대상으로 사망사고 등 중대한 위반 시 법인에 대해서는 상한 없이 수백만 파운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특징은 법인이 1차 책임 주체이고 벌금은 기업의 연 매출 및 위반의 중대성을 고려해 산정하고 있다.
미국의 산업안전사고 대응 체계 중 과징금 부과(OSHA) 기준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사항 위반 시에는 최대 15만 달러(약 2억 원), 고의적 위반 시에는 100만 달러 이상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고 있다. 미국은 단순한 벌금 수준을 넘어서, 기업의 안전관리 책임을 매우 엄격하게 묻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반복 위반이나 고의성이 드러날 경우, 기업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을 정도의 처벌이 내려지기도 한다.
안전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꼭 해결해야 한다, 건설현장의 구조적 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건설안전특별법은 꼭 필요하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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