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밀도로지도, 자율주행차 용도만은 아니다

사업 방향성 검토 과정서 공간정보 업계 의견도 들어야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25/06/19 [16:15]

[기자수첩] 정밀도로지도, 자율주행차 용도만은 아니다

사업 방향성 검토 과정서 공간정보 업계 의견도 들어야

조영관 기자 | 입력 : 2025/06/19 [16:15]

▲ 조영관 기자   © 매일건설신문

 

“AI(인공지능) 학습으로 정밀도로지도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거나 하더라도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릴 겁니다.”

 

‘자율주행 정밀도로지도’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 업체의 대표 A씨가 며칠 전 기자에게 한 말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정밀도로지도 구축 사업’과 관련해 활용성 측면에서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방향성에 대한 우려로 해석됐다. 앞서 지난 4월 14일 부임한 방현하 국토부 국토정보정책관은 ‘정밀도로지도 사업 방향성’ 검토 취지의 지시를 내부적으로 했다고 한다. 이는 ‘자율주행차 운행’ 시 정밀도로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느냐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국내에서 정밀도로지도는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여겨졌다. 자동차에 부착된 센서와 구축된 정밀도로지도가 결합할 때 보다 안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해외 사례의 경우 미국 기업 테슬라가 센서만으로 자율주행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차 운행 측면에서의 정밀도로지도에 대한 쓰임새를 두고 고민이 이어지고 있고, 국토부도 이 같은 측면에서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A대표에 따르면, 현재의 자율주행차 기술의 가장 큰 이슈는 ‘AI 엔드 투 엔드’다. ‘AI 엔드 투 엔드(End to End·E2E) 자율주행’ 기술은 차량 주행 데이터와 도로 교통 상황 시나리오를 AI에 학습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규칙 기반 자율주행’ 대비 새로운 환경과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글로벌 자율주행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AI를 고도화했을 때 정밀도로지도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A대표는 “자율주행은 인공지능 학습으로 가능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화두인 상황이다”면서도 “AI 학습으로 정밀도로지도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기자에게 말한 것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학습 대상인 자율주행차량의 증가와 엄청난 학습 비용을 들었다. 최근의 ‘정밀도로지도 활용성 이슈’에 대해 A대표는 “정밀도로지도가 콤팩트돼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의 정밀도로지도 스펙은 활용처인 자동차 회사마다 지속적으로 콤팩트화를 시도해 갈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의 정밀도로지도 방향성 검토가 산업 변화에 따른 통과의례 차원일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은 2015년부터 매년 100억 원 가량의 비용을 들여 정밀도로지도 구축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방현하 국토부 국토정보정책관의 검토 지시에 따라 업계와 간담회를 여는 등 정밀도로지도 사업에 대한 방향성 검토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국토지리정보원이 이 과정에서 “자율주행차 업계 위주로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어서 정작 그동안 정밀도로지도를 구축해온 공간정보기업들의 의견은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방향성 검토에 따라 예산 축소 등 정책의 급격한 변화가 수반된다면 이는 ‘목욕물 버리다 아기까지 버리는 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0여 년간 투입한 예산에 대한 매몰비용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고, 정밀도로지도는 자율주행차 뿐만 아니라 도로관리 등의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그동안 정밀도로지도를 자율주행차 용도만으로 구축해온 게 아닌 만큼 방향성 검토 과정에서 자율주행차 개발 업계만이 아닌 공간정보 등 다양한 기업의 의견 수렴에도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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