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범죄자가 나오면 법원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의 ‘개명 신청’이 쇄도한다. 반대로 수많은 업적을 남긴 유명인사의 이름을 가진 평범한 사람은 ‘이름 좋다’는 평가와 더불어 긍정적인 이미지는 물론 타인의 관심을 끌기 마련이다.
최근 한국국토정보공사(LX)와 LG그룹의 ‘LX’ 상표 등록 논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LG그룹은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등 4개 자회사 출자부문을 분리한 신설 지주회사 ‘㈜LX홀딩스’를 5월 1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지난 26일 LG그룹 지주사인 ㈜LG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분할계획이 승인되면서다.
앞서 LG그룹은 특허청에 ‘LX’ 상표와 이미지, ‘LX글로벌’과 ‘LX세미콘’, ‘LX 하우시스’, ‘LX MMA’, ‘LX 판토스’ 등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그런데 정작 2012년부터 ‘LX'라는 상표를 사용해온 한국국토정보공사는 LG그룹 차원에서 사전 협의는 물론 통보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재계순위 4위의 LG그룹이, 그것도 막강한 법무팀을 자랑하는 대기업에서 국내 주요 공공기관이 사용하고 있는 상표를 아무런 법률적 검토도 없이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LG그룹은 두 회사의 상표는 로고와 디자인·색상 등이 명확히 구분돼 오해 소지가 적다는 입장이다.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LX’ 상표 논란은 법률적인 문제보다는 ‘프레임 차원’에서 접근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차원에서는 LX홀딩스와 관련해 ‘한 지붕 두 회사’라는 ‘불안한 첫 출발’을 우려해 주주들의 불신을 희석시키고, 프레임 전환 의도로 기존 ‘LX’라는 공공기관의 대외 이미지를 활용하려던 것은 아니었을까.
LG그룹이 신설 지주회사의 이름을 ‘LX’로 정한 이유는 X에 혁신·변화라는 의미가 담겼다는 데 착안해 LG그룹명의 L과 덧붙여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굳이 좋은 의미의 알파벳을 붙인 것이라면, ‘LH’ ‘LZ’ ‘LA’ ‘LF’ ‘LB’ ‘LK’ 등 기존 공공기관과의 상표 중복 논란을 피하면서도 얼마든지 좋은 의미의 다른 이름을 만들 수 있다. ‘왜 굳이 LX였나’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반면 2012년부터 LX명을 사용해온 측량 및 공간정보 전문 공공기관 한국국토정보공사의 LX이름에서 ‘L’은 국토(Land), 장소(Location), 리더(Leader)를 상징하고 ‘X’는 전문가(eXpert), 탐험가(eXplorer), 비범함(eXtraordinary)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난 10년 동안 332억 원을 투입해 LX(Land eXpert·국토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 브랜딩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번 ‘LX 상표 논란’은 LG그룹의 ‘LX홀딩스’ 분리·출범에 따른 ‘한 지붕 두 회사’라는 프레임을 집어삼켰다. 지난 26일 주주총회에서 참석 주주의 76.6%가 지주사 분할 안건에 찬성했지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분할계획에 반대 의견을 냈고 일부 외국인 투자자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LX 상표 논란’으로 LG그룹 차원에서는 주주들이, 한국국토정보공사 차원에서는 국민들로 하여금 손해를 끼치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LX 상표 논란으로 검증 과녁은 어긋났고, 불필요한 소모전만 야기하고 있다. 도의적인 문제는 덤이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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