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채 변호사의 하도급 판례 이야기]④

십장(오야지) 계약, 재하도급 위반 형사처벌 대상 여부

변완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5/11 [09:28]

[정종채 변호사의 하도급 판례 이야기]④

십장(오야지) 계약, 재하도급 위반 형사처벌 대상 여부

변완영 기자 | 입력 : 2020/05/11 [09:28]

십장의 근로자성 인정…‘건산법’이 금지한 재하도급에 해당 안 돼

 

▲ 정종채 변호사  © 매일건설신문

Q: 전문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업계 관행으로 십장(일명 오야지)을 통해 공사를 수행해 왔다.  그런데 경기 탓인지 그 십장이 추가비용 문제로 불만을 가져 우리 회사를 불법 재하도급 혐의로 형사고소 했다. 거액의 벌금도 내고 심지어 영업정지나 취소까지 당할 수 있다는데 불안하다. 

 

A: 최근 건설현장이 어렵다 보니 현장에서 십장들이 전문건설회사에 대해 불법 재하도급 혐의로 형사 고소하는 일이 많아 졌다. 실제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불법 재하도급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2항 제3호)과 함께 영업정지 또는 이에 갈음하는 도급대금의 30% 상당의 과징금(동법 제96조 제4호)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민감하고도 어려운 문제다. 

 

우리 법은 도급관계인지 여부를 단순히 계약서의 기재가 아니라 실제 그 거래의 본질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법률 용어로 ‘경제적 실질설’이라 한다. 이는 사업의 위험을 누가 부담하는지, 십장이 관리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사실상 누가 부담하는지, 십장과 노동자들이 건설회사의 실질적 관리감독을 받는지 여부로 판단하게 된다.

 

결국 쟁점은 십장(오야지) 계약이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실질적으로 도급에 가까운지 아니면 사실상 고용인지 여부다. 말은 간단하지만 현실에서 그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결코 명확하지 않기에 문제다.
 
오야지(おやじ, 親父)는 아버지라는 뜻의 일본말이다. 건설현장에서는 크게 두 부류가 있다. 인력을 부리면서 현장을 지휘하면서 공사를 진행하는 사람, 즉 시공참여자, 하도급자, 무자격건설업자, 개인건설업자 등으로 불리는 '사업자’가 첫 번째 부류다. 동종의 일용직들과 팀을 구성하여 현장에서 일거리를 받아 일당을 받고 일하는 일명 ‘반장’, ‘팀장’으로 불리면서 노임을 목적으로 팀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두 번째다.

 

전자는 자신의 책임하에 무리를 이끌고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하나의 사업자로서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자신이 “고용주”와 비슷한 지위에 있다. 후자는 자신과 자신이 관리하는 일용직 노무자 모두 전문건설회사에 사실상 고용된 것에 가깝다. 

 

지금까지 십장 문제는 주로 노동사건에서 다루어 졌다. 노동청 실무는 원칙적으로 십장을 고용주로 보는 입장에 가까웠다. 그것도 십장계약의 내용을 기준으로 십장이 건설회사로부터 물량도급을 받거나 인도급을 받더라도 이윤을 남기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고용주로 보았던 것이다. 이 기준에 의하면 현장에서의 십장은 대부분 고용주가 되고 건설회사는 십장에게 불법 재하도급을 준 것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 대법원은 건설회사와 물량도급 방식으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십장이라 하더라도 그 현장에서의 실질을 살펴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8두43330 판결).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죄에 대한 형사판결은 아니지만 십장을 통해 공사를 수행하더라도 불법 재하도급법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매우 중요한 획기적 사례이므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하겠다.

 

해당 사건에서 원고는 소위 십장으로 건설면허는 없었지만 과세관청에 사업자 등록을 하고 부가가치세 등 관련 세금을 신고·납부하여 왔고, 이 사건 현장에서도 건설회사와 시공면적에 단가를 곱해 대금을 받기로 하는 총액 하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즉 형식만 보면 이전 노동청 실무에서는 독립된 사업자이자 고용주로 보는 경우에 해당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 실질은 좀 달랐다. 십장인 원고와 건설회사 간의 대금은 해당 공사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기준으로 산정된 것이었고, 원고는 자신의 임금과 노무자들의 임금을 합산한 금액을 건설회사로부터 지급받아 노무자들에게 일당을 지급했다. 

 

현장에서 자재 역시 원고가 부담한 것이 아니라 건설회사가 제공해 주었고 원고와 그 노무자들의 작업시 상당부분 건설회사로부터 지시와 감독을 받았다.  대법원은 해당 사건에서 그 실질에 주목해 십장을 근로자로 보았던 것이다.    

 

​이 판결은 고용관계와 관련한 경제적 실질을 대폭 확대한 획기적 판결이다. 건설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상당수, 아니 대부분의 오야지(십장) 계약이 이 대법원 판결의 사안과 유사하다고 본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불법 재하도급에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기에 검찰에서도 해당 법리를 살펴 볼 것으로 기대한다.

 

 

 

정종채 변호사(하도급법학회장, 법무법인 에스엔 조세/공정거래 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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