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측업체, 소송서 ‘적격심사’ 입찰제도 불합리성 항변 국토부, 재량권 남용 지적에 대해 “입장 없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이 발주한 항공촬영용역 입찰에서 담합한 항공측량업체들의 ‘입찰참가자격제한 2년’ 처분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각각의 업체들의 개별 입찰마다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토부의 당초 2년 입찰참가제한 행정처분이 재량권 남용이라는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14개사마다 소송 내용과 결과에 차이는 있지만 국토부의 ‘입찰참가자격제한 2년’ 행정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1심 법원의 판단은 누가 담합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 구분하기 어렵고, 담합의 규모가 크고 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가담자 모두에게 ‘담합을 주도한 자’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게 핵심이다.
산업계에서는 “당초 국토부가 치열한 검토를 거친 후 처분을 내린 것이 아닌, 보여주기식으로 처분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 살생부’를 지나치게 가볍게 여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담합 가담 정도의 판단 여부였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시행규칙의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기준’을 어떻게 적용하느냐는 것이다. 시행규칙 상 ‘담합을 주도하여 낙찰을 받은 자(2년)’, ‘담합을 주도한자(1년)’, ‘담합한 자(6개월)’ 기준에 따라 14개사를 모두 ‘담합을 주도해 낙찰을 받은 자’로 판단한 국토부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법원은 “국토부가 주어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14개사는 소송 과정에서 ▲적격심사 입찰제도의 폐단 ▲출혈 가격경쟁 방지로 적정가격 확보 ▲담합으로 부당한 가격 인상이 발생하지 않은 점 ▲타 사업자의 시장진입을 봉쇄하지 않은 점(경쟁제한성이 크지 않은 점) 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4개사는 ‘적격심사’ 입찰제도 불합리성을 내세우며 담합이 제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항변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적격심사 제도는 사전 사업수행능력평가를 통과한 입찰참가자 중 예정가격 이하,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업체의 순서로 적격심사를 실시한 후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인데, 이들 14개사는 결과적으로 출혈 가격경쟁을 피하면서 사업수행능력을 갖춘 업체가 사업을 수행하도록 해 공적 사업의 유찰을 방지하고 준공기한을 준수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법원이 이번 판결로 14개사의 담합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법원은 국토부의 행정처분이 과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도, 이들의 담합행위에 대해서는 “입찰 경쟁을 피하고 낙찰가를 올리려는 목적에 불과하다”고 했다. 입찰담합으로 경쟁을 배제하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공간정보 산업계에서는 이번 법원의 판결과 국토부 행정처분의 파급 효과에 대해 주목하는 모양새다. 이들 14개사에 대한 당초 2년 입찰참가제한 처분에 대해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가 나왔던 만큼, 처분기간 2년 동안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의 모든 계약이 금지돼 기업으로서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사업 발주 비중이 큰 공간정보 산업 특성상 업체에게 입찰참가제한 처분은 치명적이다.
한 공간정보 산업계 관계자는 “행정처분 기간 만료 후에도 2년간 적격심사 또는 협상에 의한 계약에서 신인도와 성실성 감점을 받게 돼 공공부문 계약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담합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처분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계에서는 “당초 담합에 적발됐을 당시 14개 업체의 공동 대응을 통해 공간정보 산업의 특수성과 열악성을 적극 항변하지는 않고서는, 모래알처럼 서로 책임 회피만 하고 있는 건 그래도 아직은 살 만하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14개사에 대한 담합 행정처분은 결국 ‘담합을 누가 주도했느냐’를 토대로 개별 업체들의 개별 입찰 계약에 의한 판단에 따라, 향후 업체마다 처분의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체에 따라서는 당초 2년 입찰참가제한 처분이 유지될 수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향후 항소 계획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면서 “(업체들의) 행정소송 판결이 마무리되면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어 행정처분을 다시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재량권 남용이라는 지적에는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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