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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기 없는 남북경협
남북경협 참여 대상 아니라는 한전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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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26 [09:03]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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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관 기자     ©매일건설신문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시 방북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남북경협에 대한 어떤 생각과 구상을 했을까.

 

기자가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김 사장은 청와대에서 가자고 하니,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따라갔을 거라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다. ‘탈(脱)원전’, ‘3분기 연속 적자’ 등 집안 추스르기에도 빠듯한 그의 입장에선 단 하루라도 자리를 비운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공동선언·남북군사합의서 비준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당장 내일이라도 삽을 뜰 것 같은 분위기의 남북경협에서 정작 ‘전기·전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한전 국정감사에서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전 사장의 방북 시 전기 공급 등 사전 자료를 요청했으나 제출을 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전이 공사비 산출 내역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전기가 없으면 남북경협이 되지 않는다”고 김종갑 사장에게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한 한전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남북경협 참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한전은 김종갑 사장의 방북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런 구상도, 자료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유섭 의원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남북경협을 위한 타 기관들의 준비는 어떨까. 한전과는 달리 ‘밑그림’ 정도는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국토지리정보원의 ‘협업’을 들 수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난 25일 ‘2018년 북한지역 공간정보 구축(2차)’ 입찰 공고를 냈다. 앞서 철도시설공단과 도로공사가 각각 국토지리정보원에 ‘접근불능지역 공간정보 구축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한 데 따른 것이다.

 

동해선·서해선 철도 현대화 대안노선 검토 및 적정 사업 규모 파악 등 원활한 사업촉진을 위해 1:5000 공간정보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요청이다. 이에 국토지리정보원은 동해선(고성~원산)·서해선(개성~평양) 철도 및 도로 현대화 구간 대상지 약 1,150㎢를 대상으로 올해 예산 잔액 중 33억여원을 투입했다. 사업을 위해선 실시설계가 필요하니 보다 정밀한 지도를 만들어달라는 얘기다.

 

앞서 남북은 지난 15일 평양공동선언 이행방안 논의를 위한 고위급회담을 열고 동해선·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11월 말이나 12월초쯤 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 여부와 실행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표면적으로는 남북경협이 무르익는 분위기인 것이다. 비준 강행에서 보듯 정부의 의지 또한 확고하다.

 

하지만 남북경협에서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것 아닌가. 도로·철도 개량에 말 그대로 ‘삽’만 들고 작업을 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요즘 전기업계에선 “죽겠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남북경협에 대해서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정작 한전은 올해 예산 20~30%를 회수한 데 이어 내년에도 예산을 대폭 삭감할 태세다.

 

남북경협에서 누구보다 앞장서야할 김종갑 사장이 교착상태에 빠진 모양새다. 전기 없는 남북경협 논의가 무슨 의미가 있을뿐더러, 실현 가능성 또한 불분명한 것 아닌가. 그래서 요즘 한전의 역할이 더 아쉽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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